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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카진스키는 2002년에 체제의 교활한 속임수(The System's Neatest Trick)이라는 에세이1를 썼습니다. 이 에세이의 내용은 기술 사회에서 좌익 운동이 대중의 불만을 기술 체제에 무해한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유사 혁명의 창구로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기술 체제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더 이상 기술 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 가치관을 말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좌익 활동가들은 기술 체제의 효율성을 방해하는 구시대적 가치관을 상대로 "저항"하므로서, 대중의 반항적 욕구를 무해한 방향으로 해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술 체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기술 체제를 위해 복무합니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유발해 기술 체제를 위해 복무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여성들은, 산업과 과학계에 뛰어들어 기술 체제를 위해 복무합니다. 기술 체제 입장에서, "가부장제"는 기술 진보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시대의 낡은 가치관입니다.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을 위한 권리 투쟁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체제의 속임수는 좌익 운동에만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좌익주의가 유사혁명적 이념이라면, 오늘날의 (네오파시즘, 민족주의, 보수혁명 등)급진적 우익주의는 유사반동적 이념에 해당합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같은 비서방 강대국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가치관이 자유주의, 자본주의, 글로벌리즘의 대안 가치관이 될 수 있다는 선전을 퍼뜨립니다. 중국 공산당은 유교 사상을 선전하고 있고, 인도는 문명국가론을 선전하고 있고,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유라시아주의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서유럽, 미국 같은 서구권 산업선진국 내부에서도, 백인우월주의와 파시즘이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진적 우익 이념들이 얼핏 보기에는 급진적이고 위험해 보이지만, 그들의 비판은 절대 기술 체제를 향하지 않습니다. 반기술 운동은 좌익주의의 유사혁명적 성격을 비판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서, 의도치 않게 우익들이 카진스키를 자신의 편으로 여기게끔 만들고, 우익들이 카진스키의 주장을 인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저는 우익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포스트를 세 개 작성했습니다.2 그러므로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유사반동적 이념들을 식별하는 방법을 제 나름대로 제시해 보겠습니다.
1. 해당 이념이 현대 기술을 제거해야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위험해보이는 우익 이념일지라도 실제로는 기술 체제를 위해 복무하는 유사반동적 이념에 불과합니다.
2. 해당 이념이 주로 비판하는 대상이 무엇입니까? 현대 기술을 비판하지 않고, "자유주의", "자본주의", "다문화주의", "세계화", "대량이민", "퇴폐문화"를 비판한다면 이는 유사 반동적 이념입니다.
3. 해당 이념의 주된 가치가 무엇입니까? "민족", "종교", "가족" 등 인간 사회, 인간 공동체에 기반한 가치관(인간중심주의)을 추구하는 이념이라면, 이는 유사반동적 이념입니다.
오늘날 진정한 혁명 운동이자 진정한 반동 운동은, 오직 카진스키의 반기술 운동 뿐입니다.
각주
1. https://drive.google.com/file/d/13LZ9uTnJK2CHDu0JVV_Z9lJcsj14USbQ/view
2.
https://aramforwildnature.blogspot.com/2023/03/blog-post_12.html
https://aramforwildnature.blogspot.com/2023/02/blog-post_25.html
https://aramforwildnature.blogspot.com/2023/03/blog-po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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