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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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실업 문제를 두고 오랜기간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결해왔다. 낙관론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계로 인해 인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리라는 주장은 1차산업혁명 시기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 덕분에 산업이 발전한 결과, 기계로 인해 사라진 직업들보다 더 많은 직업들이 창출되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들이 사라진 만큼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 우려는 과장된 것이다. 또한 지금의 인공지능들의 능력은 인간 노동자들을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낙관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존재한다. 설령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들이 사라진 만큼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러한 일자리들의 질, 즉 임금, 안정성, 복리후생 수준이 사라진 일자리들의 임금, 안정성, 복리후생 수준과 동등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위협의 핵심은 일자리 개수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들의 평균적인 질을 악화시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중간 단계의 일자리들을 잠식하며, 신입 노동자들이 숙련 노동자가 될 기회를 박탈한다. 인공지능의 진보를 통해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고도로 전문화된 일자리이거나, 기계를 보조하는 허드렛일을 하는 수준 낮은 일자리이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은 사회의 양극화를 유발하며, 대중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인공지능이 반드시 인간의 일반 지능을 능가해야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지능만으로도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글에서는 낙관론자들의 주장을 실증적 연구 결과와 2022년 현재 주목을 끌고 있는 Novel AI에 관련된 언론 보도와 비교하며 비판할 것이다.

2. 자동화와 실업

버나드 슈미드피터(Bernhard Schmidpeter)와 루돌프 윈터에브머(Rudolf Winter-Ebmer)는 오스트리아의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작성했다.(Schmidpeter and Winter-Ebmer, 2021) 해당 논문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동화의 위험이 높을수록 남성 실업자와 여성 실업자의 구직률이 크게 감소한다. 남성 실업자의 경우 시간이 흐를 수록 구직률 감소 효과가 증폭된다. 일자리의 양과 질에는 반비례의 상관관계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성공한 노동자들은 더 높은 안정성과 임금을 누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 몇년 간 이러한 효과는 증폭되어 왔는데, 교육수준이 낮고 기술 진보를 따라갈 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이 특히 영향을 받는다.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은 자동화 위협으로 인한 부정적 고용 효과를 상쇄하는데 효과적이다. 젊은 노동자들과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조치를 통해 가장 큰 도움을 받지만, 늙은 노동자들과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직업훈련이 재취업 임금을 줄인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는 직업훈련이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노동자를 더 빨리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Schmidpeter and Winter-Ebmer, 2021)

전반적으로, 직업훈련을 개선하고 최신 기술 발전에 상응하는 훈련을 채택하면 자동화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이 연구는 적극적인 노동 시장 정책이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인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성공적인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불평등 심화의 위험도 강조한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실업자들은 더 높은 임금과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기술 진보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는 실업 기간이 길어지고 결국 더 나쁜 일자리를 얻게된다.(Schmidpeter and Winter-Ebmer, 2021)

3. Novel AI

조선일보는 노벨 AI가 그림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도했다. 이번 노벨 AI가 그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중간 단계의 일자리를 잠식하며, 일자리의 안정성, 임금 수준을 낮추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사는 권모(23)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길 희망해 6년간 직접 그린 캐릭터를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왔다. 실력이 늘자 그에게 소정의 금액을 주고 자신이 주문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달라 요청하는 의뢰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권씨는 최근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를 포기했다. 캐릭터 그림을 SNS에 올리는 것도 멈췄다. 캐릭터 일러스트에 특화된 인공지능(AI) 화가 ‘노벨 AI’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노벨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와 간단한 밑그림을 기반으로 1분 만에 높은 수준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여러 장 그려낸다. 권씨는 “인간이 아무리 실력을 갈고 닦아도 그 속도와 품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권씨는 노벨 AI가 아직 인간의 손발은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점을 자신에 유리하게 이용해보기로 했다. SNS에 인간의 손과 발만 그려서 홍보하기 시작했다. AI가 그린 그림에 손과 발을 추가하는 대신, 캐릭터 전신을 그려주고 받는 돈의 5분의 1 가격만 받기로 했다.

권씨는 “6년간 그림을 연습한 게 아까워 소소한 용돈 벌이라도 할 겸 업종을 바꾼 셈”이라며 “AI 화가가 고도로 발전할수록 경력이 애매한 아마추어들은 점점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에 맞춰 그림을 그려주는 AI 화가 프로그램은 최근 잇따라 등장했다.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2(DALL-E-2) 같은 프로그램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 기업인 구글도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AI 화가 ‘이매젠(Imagen)’을 발표했다. 심층학습AI에 수억에서 수십억개에 달하는 인터넷 이미지를 학습시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용자들이 명령어를 입력하면 이에 해당하는 이미지들을 AI가 뒤섞은 다음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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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권씨가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작가 키워드에 넣고 나머지 명령어를 입력하면 노벨 AI가 권씨 그림을 모조리 분석해 화풍을 학습한다. 이렇게 하면 마치 권씨가 직접 그린 것처럼 화풍이 똑같은 결과물이 1분 만에 나온다. 굳이 권씨에게 돈을 주고 커미션 의뢰를 맡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제 막 출시한 지 한 달을 넘긴 노벨 AI는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네이버 인기웹툰의 채색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관계자는 “이전에 나온 AI 화가 프로그램과는 달리 노벨 AI는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실질적인 ‘생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은 이들이 돈을 받고 자기 그림을 파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세일즈 포인트”라며 “노벨 AI가 나오면서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비싼 돈을 주고 그림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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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벨AI를 비롯해 현재 모든 AI 화가 프로그램은 인간의 손발을 정확히 묘사하지 못한다. 이는 AI 화가가 인간의 손가락, 발가락이 5개라는 점을 학습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들이 학습하는 그림들 중에는 각도상 손가락, 발가락이 5개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림을 학습하다 보니 얼굴, 몸, 팔, 다리 등 전반적인 인체비는 정확한 반면 손가락과 발가락은 비정상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김 작가는 “수년간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에게는 이런 AI의 등장이 매우 절망적일 것”이라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AI보다는 잘 그려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석, 2022)

조선일보가 취재한 일러스트레이터는, 더 이상 온전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인공지능이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그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기존에 받던 금액의 5분의 1의 금액만을 받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인공지능이 그리는 그림이 숙련된 인간 화가가 그리는 그림에 비하면 여전히 수준미달이며, 인공지능이 인간 화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의 매 단계마다 낙관론이 나오는 사이에, 인공지능은 서서히 중간 단계의 일자리들을 잠식하며 인간 노동자들의 일자리의 질을 낮추고 있다.

4. 카진스키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유나바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쓸모없어진다면 자기증식 체제들은 더 이상 인간을 돌봐 줄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기술광들 스스로가 조만간 기계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불필요해질 것이고 자연선택은 인간을 제거하는 체제들을 선호할 것이다. 모든 인간을 한번에 제거하지 않는다면, 반란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제거할 것이다.

현재 기술적 세계-체제는 여전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잉여 인간들이 존재한다. 기술이 많은 직업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인간 지능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직업에도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경쟁의 압박 때문에 세계의 주요 자기증식 체제들은 지금도 불필요한 인간들을 어느 정도 냉혹하게 처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은퇴자, 장애인, 실업자를 비롯한 비생산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조금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미국에서는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증감은 있겠지만 이 사실들은 미래의 전반적 경향을 잘 보여준다.

기계가 반드시 인간의 일반적 지능이 아닌, 특정 분야에 특화된 지능만을 능가해도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계는 미술, 음악, 문학을 창조하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다. 기계는 비기술적인 지적인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튜링 테스트”) 기계는 인간의 감정을 헤아리거나,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인간이 도태된다면 그런 재주들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기계는 주요 자기증식 체제들의 단기적 생존과 증식을 도울 수 있는 기술적 결정 능력만 능가하면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기술광들 스스로가 추정하는 수준까지 미래 기계의 지능이 높아지지 않더라도, 인간은 도태될 것이라고 결론내려야 한다.”(카진스키, 2022)

카진스키의 예측대로 인공지능은 서서히 인간의 직업을 대체해가고 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술 같은 영역에도 침범해오고 있으며, 되려 미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침투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앞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어디까지나 기존의 작품들을 모방할 뿐인 인공지능의 특성상 더 이상 새로운 화풍을 창조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그림만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카진스키의 주장대로라면,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려주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2022년 현재 기술 체제가 인간 노동력을 상당히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더 이상 인간 노동력이 불필요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 때 기술 체제는 더 이상 미술에 자원과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5. 결론

이 글에서 우리는 낙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인공지능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실은 낙관론보다 비관론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며, 인공지능의 위협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기술성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인공지능은 인간을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참고문헌

최정석, “손, 발이라도 그립니다”…AI에 밀려 설 곳 잃은 화가들, 조선일보, 2022년 11월 6일.

Schmidpeter, Bernhard, and Rudolf Winter-Ebmer, Automation, Unemployment, and the Role of Labor Market Training, European Economic Review 137, 2021.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한아람 역, 반기술 혁명, 도서출판 비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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