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세뇌

편집자 주) 아래 글은 익명의 저자가 투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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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제에 있어서, 법학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이다. 그것은 사회가 법률로써 강제하지 않아도 대중이 스스로의 무의식에서의 판단으로 사회의 주류 가치에 맞는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 중 하나인 SF (Science Fiction)은 최근 전세계의 문화, 예술계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을 돕는 만능 인공지능 로봇 도라에몽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고, 신체 강화 혈청을 맞은 군인과 첨단AI를 탑제한 로봇 슈트를 입은 사업가가 테러리스트들을 격파하는 <어벤져스>, 우주를 개척하여 영원한 미래를 얻은 인류를 그린 <인터스텔라> ,<스타워즈> 등을 봐 왔다.

이쯤에서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기술은 곧 좋은 것이며, 우리에게 결과적으로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 고 무조건적으로 믿게 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과학자의 꿈을 갖게 되고, 오래된 전자기기를 쓰는 것은 '유행에 뒤쳐진 것'이 되고,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같은 테크놀로지의 선봉에 있는 기업가들은 간디와 같은 위인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정말로 기술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 SF적 '장밋빛 미래'를 가정하자.

1. 우리는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지구를 보존할 것이다.

글쎄, 과연 효율적인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 발전소, 재활용 기술을 발명하면 전세계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석유와 화력발전소 사용을 중단하고 생태계가 회복될까? 국가의 입장에선 기존의 기술과 자원 사용 방식을 유지하면서 '녹색 기술'을 함께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므로, 기존 자원 사용은 줄지 않고 오히려 태양광 패널의 중금속에 자연 환경은 더욱 오염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의 공급 증가는 곧 그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만약 핵융합 발전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얻는다 한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수단 (전기자동차, 컴퓨터 등) 의 생산량은 그만큼 증가할 것이고, 우린 끝없이 흐르는 광산 폐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2. 우리는 우주 개척을 통해 영원불멸한 미래를 얻을 것이다.

우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 ‘GJ 1132b’은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져 있다.1

현재의 가장 빠른 무인 우주선 ‘파커 솔라 프로브’의 최고속도 시속 58만km 로, 이것으로 최고 속도를 유지하며 GJ1132b 에 도달하기까진 약 7만년이 걸린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과학 발전을 통해 광속 유인 우주선을 얻었다고 가정하자. 또한 정말 운이 좋게도 이 행성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졌다 가정하자.

당연하게도, 70억 인구가 모두 우주선에 탈 순 없다. 오직 소수 중의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신세계로 떠날 권리가 주어질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또한, 39광년의 거리는 최소 39년 딜레이의 통신을 의미하므로 소수의 그들이 항해와 정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는지 알려면 최소 78년이 걸릴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이들에게 도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도 지구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3. 기술적 특이점(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변곡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알다시피,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관과 기업은 하나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수 많은 국가와 회사가 경쟁하듯이, 인공지능 또한 수 많은 개체들이 서로 경쟁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둘 중 어느 부류가 생존에 유리할까?

ㄱ) 인간 수호의 원칙을 바탕으로 인간의 선택을 존중하며 행동하는 인공지능

ㄴ) 판단력이 떨어지는 인간은 오락거리나 좇게 하고, 독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공지능

말 할 것도 없이 후자의 인공지능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해, 종국에는 자원이나 낭비하는 인류는 영영 제거될 것이다. 규제를 통해 그렇지 않도록 막으면 된다고? 당신보다 모든 면(심지어는 윤리와 도덕마저도!) 에서 뛰어난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규제하길 바란다.

그럼 과연 우리의 바람직한 미래는 무엇일까?

정말 인류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걸일까?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첨단 기술을 포기하고 옛 우리 조상이 그랬듯이 자연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우리는 공장 인부, 회사원 같은 수동적인 삶 대신에, 사냥꾼, 유목민 같은 모험적이지만 능동적인 삶을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권력자는 우리가 만나보지도 의견을 나눠보지도 못한 정치인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족장이 될 것이다. 이런 미래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의 위태롭고 불확실한 미래보다 훨씬 안정되고 가치있는 것이다.

각주

1. (편집자 주)https://en.wikipedia.org/wiki/Gliese_1132_b

2. (편집자 주)https://en.wikipedia.org/wiki/Parker_Solar_Probe

댓글

  1. 아람님이 번역해주신 반기술 혁명 잘 읽었습니다. 혹시 기술의 노예도 번역할 생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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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술의 노예도 조만간 번역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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