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과 카진스키의 반기술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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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대한민국은 1960년대에서 1990년대를 걸쳐 불과 30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 100달러에서 1만달러까지 성장한 고속 산업화 국가이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3만달러가 넘었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의 역량은 서유럽, 북미 등 전통적 서구 선진국들과 맞먹게 되었다. 서구사회가 200여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룬 산업화를 대한민국은 불과 50년 이내에 이룬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학자 자끄 엘륄(Jacques Ellul)이 지적한 바, 기술 발전에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The technological bluff) 대한민국은 부유한 산업선진국이 된 대가로 여러가지 사회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에 집중하고, 그 현상을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Theodore John Kaczynski)의 반기술(anti-technology) 사상에 비추어 볼 것이다.

2. 대한민국의 저출산 전망

2010년대, 2020년대 한국이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출산율이다. 낮은 출산율은 인구 구조의 고령화로 이어진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우려스러운 문제들을 낳는다. 노동인력의 부족과 고령화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생산연령인구, 학령인구, 국방인력이 감소하면서 관련 제도들을 위협할 수 있다.(박종서, 2022)

2021년 추계 결과를 2016년 추계 결과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인구 변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인구의 감소 시점이 2016년 추계 결과보다 10년 이상 당겨졌고, 2019년 추계 결과보다 8년이 당겨졌다. 2016년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9년부터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2019년 추계 결과에서는 2019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박종서, 2022)

2022년 현재 많은 청년들이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며,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수도권의 저출산을 유발해서 한국 전체의 인구 위기를 유발하게 된다.(이상림 외, 2022, p 28)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는 수도권의 인구밀도를 높여서 출산율 향상에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시킨다.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출산율은 떨어지는 역의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극도로 밀도가 높아져 출산율이 0점대 이하로 떨어진 경우는 마카오, 싱가폴, 홍콩 등 도시국가나 전시상태의 국가 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의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 인구밀도와 합계출산율(2019년 기준)의 관계에 있어서도 반비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의 인구 유입은 수도권 지역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수도권 출산율 저하와 국가 전체 인구 위기를 유발시킬 것으로 사료된다. 수도권 인구 유입은 노동시장의 수요증가를 통해 취업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주택 시장도 악화시켜 이들은 모두 비혼, 만혼, 저출산을 유발하기 때문이다.(이상림 외, 2022, p 44)

지방의 인구위기는 지역 산업의 침체와 이에 따른 지역 중산층의 붕괴를 야기한다. 이는 다시 빈곤이 지역을 따라 재생산되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더불어 지역 주민수가 감소하면서 지역의 행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데, 이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필수 행정체계 유지, 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 기본 시설의 유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역 빈곤의 증가와 노인인구의 증가는 지역의 복지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낳게된다. 앞으로 인구고령화와 경제성장의 둔화는 국가 재정의 문제를 야기하는데, 지역의 차원에서는 재정효율성 문제와 시민의 평등권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의 문제는 지역 자체의 활력 상실의 문제를 넘어 지역 간 정치적 갈등으로 확장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이상림 외, 2022, p29)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다음과 같은 사회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1) 지방에서의 백화점, 은행 등 상업, 서비스 수준의 악화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방 도시 지역들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이 존재하여야 운영할 수 있는 백화점, 은행, 마트 등 상업, 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철수하게 된다. 특정 분야에서 시작되는 시설 폐쇄는 고용 근로자의 감소, 지역 경제의 침체, 소비환경 악화로 인한 인구 유출의 강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연쇄적 철수를 야기한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이 맡았던 생활서비스의 기능을 공공영역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예산의 부담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저하한다.(이상림 외, 2022, p 44)

2) 재건축이 어려운 아파트의 공동화 및 슬럼화

새로운 인구의 유입이 불가능한 지역들에 있는 노후 아파트들은 재건축이 어려워져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이들 아파트의 거주자들이 고령의 빈곤층일 가능성이 높아 주거, 빈곤, 지역 슬럼화가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이상림 외, 2022, p 44)

3) 대도시 주변 농업 종사자의 감소로 농산물 공급 축소 및 가격 상승

농업 종사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입이 어려운 야채나 과일 등은 가격 상승의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계층에 따른 영양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이상림 외, 2022, p 44)

4) 무경작지의 증가로 농지의 황폐화

농촌지역에서 영농이 불가능한 고고령 노인의 증가 및 인구감소로 인하여 경작되지 않고 방치되는 농지가 증가하고, 장기간 방치되면서 농지가 황폐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산간 지역이나 진입로가 좁아 영농의 기계화나 농지를 병합한 대규모 영농이 불가능한 지역부터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이상림 외, 2022, p 49)

5) 소멸지역에 환경 위해 시설 증가

지역주민이 사라지거나 혹은 소수의 노인만 남아 주민의 반대에 대한 부담이 작아진 농촌지역들에서는 불법 쓰레기 매립 시설, 대규모 양돈 축사 등 환경에 위해를 주는 시설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늘어난다. 특히 도로 등의 기본 인프라는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져 행정기관의 단속이나 관리가 미치지 못한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이상림 외, 2022, p 49)

6) 다문화가족, 이주배경 인구의 증가로 지방의회에서 인종갈등 위험성

내국인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다문화가족이나 이주민 인구의 규모가 늘어나게 되고, 지역 주민 중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높아진다. 외국 국적자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는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이주배경 인구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이것이 지역 정치 및 정책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인종 갈등으로 발전될 위험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의 증가, 경기 위축의 장기화와 격차의 확대 등의 정치환경과 결합되면서 일부 소수 집단에서의 정치 극단화 양상의 위험성도 높아진다.(이상림 외, 2022, p 49)

3. 산업사회와 그 미래

카진스키의 1995년작 저서 “산업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의 주된 내용은 18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한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이 저서는 크게 다섯가지의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 현대 기술은 분리할 수 없는,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기영속적 체제이다.

나)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기술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다) 기술 체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성 상실, 환경파괴 같은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라) 기술 체제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혁할 수도 없다.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술 체제를 혁명적으로 전복시킬 필요가 있다.

마) 좌익 사회운동은 기술의 문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종의 유사반란이다.

카진스키는 현대산업사회의 근본 문제점은, 오랜기간에 걸쳐서 수렵채집생활에 알맞게 적응해 온 인간에게 급진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할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 있다. 이 주장을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카진스키는 “권력 과정(Power process)”과 “대리 활동(Surrogate activ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우리가 앞으로 ‘권력 과정’이라 부르는 어떤 것에 대한 (아마 생물학적인)욕구를 갖고있다. 이 욕구는 (널리 알려진 대로)권력에의 욕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동일한 욕구는 아니다. 권력 과정은 네 개의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세 구성 요소를 우리는 목표, 노력, 목표 달성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에겐 노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달성해야 한다.) 네 번째 요소는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자율성이라고 부르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거론할 것이다. (카진스키, 1995, 문단 33)

카진스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가 좌절될 경우 인간은 극심한 섭식장애, 불면증, 우울증, 이상성욕, 권태감, 자기비하 등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그는 권력 과정의 예시로 생존, 섹스, 사랑, 복수와 같은 외적인 목표들을 들었으며, 이러한 목표들을 정부, 기업 등 거대 조직의 방해 없이 자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어야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플레밍(Sean Fleming)의 조사에 따르면 카진스키는 권력 과정과 대리 활동이라는 개념을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의 1969년작 저서 “인간 동물원(The Human Zoo)”에서 가져왔다. 데스먼드 모리스는 영국인 동물학자이다. 모리스는 런던 동물원에서 근무한 바가 있으며,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동물원(The Human Zoo)”을 집필하였다. 모리스는 동물원에 갇힌 포유류들이 충분한 식량, 의료 서비스, 놀이감, 쾌적한 거주지, 짝짓기 상대를 제공받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데스먼드 모리스에게 따르면, 포유류들에게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쟁하고 싶어하는 메타 욕구가 존재한다. 동물원은 목표를 향해 투쟁하고 싶어하는 포유류들의 메타 욕구를 충족할 기회를 포유류들에게서 박탈하며, 그 결과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극단적 폭력성, 섭식장애, 이상성욕 등 스트레스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욕구를 모리스는 “자극 투쟁(Stimulus Struggle)”이라고 부른다. 플레밍의 조사에 따르면 카진스키는 권력 과정(Power process)이라는 개념을 모리스의 자극 투쟁에서 가져 온 것이다. 자극 투쟁이란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자극을 얻으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포유류에게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한데, 이 자극이 너무 강해서도 안되고, 너무 약해서도 안된다. 포유류는 너무 강한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보이고, 약한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마치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아서, 라디오의 음량이 너무 크면 귀가 아프고, 음량이 너무 작으면 감동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야생 상태의 포유류들에게는 적절 자극을 얻는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힌 포유류들은 적절 자극을 얻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Fleming, 2021)

데스먼드 모리스는 현대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처지가 동물원에 갇힌 포유류들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현대 도시인들이 불면증, 우울증, 극단적 폭력성, 섭식 장애 등 각종 스트레스 징후를 보이는 이유는, 적절 자극을 얻기 위한 투쟁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인들의 처지는 어떤 라디오는 음량이 너무 크고, 어떤 라디오는 음량이 너무 작은 수많은 라디오에 둘러쌓인 사람과 같다.

“산업사회와 그 미래”에서 카진스키는 대리 활동(Surrogate activity)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가 “대리 활동”이라고 할 때, 그것은 사람들이 단순히 어떤 목표를 갖기 위해, 또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충족감’을 얻기 위해 만들어낸 인위적 목표를 지향하는 활동을 뜻한다. 어떤 활동이 대리 활동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X’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 사람이 있다고 치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보자. 만약 그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바쳐야만 했다면, 그리고 그런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여러 가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활용했다면, 목표 X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을 때 그가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겠는가? 만약 대답이 ‘아니오’라면, 그 때 목표 X를 추구하는 것은 대리 활동이 된다. 히로히토의 해양생물학 연구는 분명히 하나의 대리 활동이 된다. 히로히토가 생필품을 얻기 위해 과학과 무관한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쳤다 해도, 그가 그 일에서 재미를 느꼈다면, 그는 자신이 해양생물의 해부학과 습성을 모른다는 이유로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틀림없다.(카진스키, 1995, 문단 39)

플레밍의 조사에 따르면, 카진스키의 대리활동(Surrogate activity) 개념은 데스먼드 모리스가 제시한 생존-대체 활동(Survival-substitute activity)에서 비롯되었다. 데스먼드 모리스는 동물원에 갇힌 포유류들이 야생에서 보이지 않던 이상행동들을 두고 생존-대체 활동이라고 칭했으며, 그 원인이 동물원의 환경이 포유류들에게서 그들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자극 투쟁의 욕구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Fleming, 2021)

카진스키는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목적 상실감의 근본 원인은 기술 사회에서 권력 과정이 침해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박탈당한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를 보상받기 위해 현대 사회는 대리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카진스키는 대리 활동을 통해 진정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으리라고 주장한다.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는 오직 생활 필수품, 섹스, 사랑, 신분, 복수 등과 같은 외적인 목표를 통해서만 만족시킬 수 있다고 카진스키는 주장한다.

카진스키는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장수(長壽)에 대한 강박 관념과 늙어서도 육체적 힘과 성적 매력을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권력 과정이 박탈당해 발생한 병리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 역시 그러한 병리 현상이며, 현대 사회에 일반화된 출산에 대한 무관심 역시 그러한 병리 현상이다.

원시 사회에서 삶은 일련의 단계들이 지속되는 것이었다. 어느 한 단계의 욕구와 목적이 충족되면 곧장 다음 단계로 망설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젊은 남성은 사냥꾼이 됨으로써 권력 과정을 통과했으며, 이 때 사냥은 스포츠나 만족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식량으로 필요한 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 그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청년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가정을 이루는 책임을 떠맡았다. (대조적으로 현대인들은 수많은 ‘만족감’을 채우느라 너무나 바쁜 탓에 자녀 갖기를 끝없이 미루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대리 활동이라는 인위적 목표의 달성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니라, 정당한 권력 과정을 경험하는 일이다.) …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매일 자신의 육체를 사용한 원시인은 노화(老化)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동차에서 집까지 걷는 일 말고는 일체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지 않는 현대인이 오히려 노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인생을 통해서 권력 과정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사람만이 인생의 종말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카진스키, 1995, 문단 75)

카진스키가 제시한 권력 과정과 대리 활동이라는 분석 도구는 대한민국의 기형적 저출산 현상을 훌륭하게 설명해준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의 저출산의 원인으로 수많은 가설을 제시했지만, 카진스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한국이 지나치게 산업화, 기술화된 사회이기에 한국의 청년들이 권력 과정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보면, 미래에도 한국은 지금 보다 더욱 기술적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저출산 현상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될 일은 없을 것이다.

4. 반기술 혁명

2016년에 출판된 카진스키의 저서 “반기술 혁명 – 왜? 어떻게?” 제1장에서, 카진스키는 사회 발전은 결코 인간의 합리적 통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 사회를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대규모 복잡 사회에 존재하는 자기증식 체제(self-propagating system)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체제 경쟁 때문이다. 여기서 자기증식 체제란 국가, 기업, 정당, 종교집단, 문화집단, 범죄조직 등 인간 조직들을 의미한다. 물론 자기증식 체제는 자연 생태계에서도 존재하는데, 꿀벌군체, 늑대무리, 수렵채집인 무리 등이 바로 그러한 자기증식 체제들의 사례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역시 자기증식 체제이다. 미국의 관료들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통제할 계획을 세워도,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과 알 카에다, ISIS 같은 테러단체들은 그 계획이 실현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카진스키, 2022, 제2장)

이러한 자기증식 체제들 사이에서의 체제 경쟁을 중단하려면 모종의 국제적 합의를 하거나, 세계 정부를 세우는 방법 외에는 없다. 카진스키는 두 가지 다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모종의 세계 정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정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가치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사회가 따라야할 가치 체계가 담긴 헌법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언어로 작성되어 있다. 그래서 동일한 헌법조문을 두고, 대법관들은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헌법이 자세하고 엄격한 언어로 작성한다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아진다. 그래서 가치 체계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언어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어떤 결정이든 정당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사회를 장기적으로 일관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카진스키, 2022, 제1장)

2) 세계 정부, 즉 철인정치를 가정할 경우, 누가 철인왕을 고를 것인가? 어떻게 그에게 권력을 줄 것인가? 철인왕이 죽었을 때 어떻게 전임 철인왕과 동일한 가치관을 지닌 유능하고 양심적인 철인왕을 고를 것인가? 당신은 철인왕을 고를 수 없다. 설령 철인왕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치해주지 않을 것이다.(카진스키, 2022, 제1장)

3)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소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력을 집중시켜도, 지도자들의 선택지는 지도자들 사이의 내부 갈등, 부하들의 저항, 전적으로 기술적인 요인들로 인해 극도로 제한된다.(카진스키, 2022, 제1장)

4) 설령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공유지의 비극으로 인해 합의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카진스키, 2022, 제1장)

 5) 누군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 사회를 합리적으로 통제하는게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갖고있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할 이상 사회는 무엇인가?" 인류는 단 한번도 이에 대한 합의를 얻은 적이 없다.(카진스키, 2022, 제1장)

 6) 복잡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했을 때 발생하는 나비 효과. 복잡계란 수많은 변수와 되먹임 고리가 존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복잡계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초기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초기변수에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그 결과값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대표적인 복잡계는 바로 지구의 대기권이다. 대기에는 수많은 변수와 되먹임 고리가 있으므로, 기상학자들조차 날씨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 기술 문명 역시 복잡계에 해당하며, 따라서 인간 사회를 통제하고자 하는 인위적 개입에는 거의 언제나 나비효과가 발생할 것이다.(카진스키, 2022, 제1장)

 그리고 반기술 혁명 제2장에서, 카진스키는 자기증식 체제들이 따르는 7가지의 전제들을 제시한다.

i) 자원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자기증식 체제들이 등장할 것이며, 자연선택을 통해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생존, 증식 수단을 갖추게 될 것이다.

ii) 단기적으로, 자연선택은 장기적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기증식 체제들을 선호한다.

iii) 주어진 상위체제의 하위체제들은 자신의 상위체제와 그 상위체제의 환경에 의존한다.

iv) 자기증식 체제가 확장할 수 있는 지리적 크기는 이동과 통신 문제로 제한된다.

v) 활용 가능한 이동, 통신 수단의 한계는 자기증식 인간 집단의 지리적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가장 일관적으로 중요한 한계이다. 즉, 모든 자기증식 인간 집단들이 활동범위를 최대로 넓히지는 않지만, 자연선택은 활용 가능한 이동, 통신 수단을 이용해 활동 범위를 최대로 확장하는 자기증식 인간 집단을 만들어낼 것이다.

vi) 현대에는, 자연선택은 지구 전체에서 활동하는 자기증식 인간 집단들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류가 언젠가 기계나 다른 존재에 의해 대체되더라도, 자연선택은 여전히 지구 전체에서 활동하는 자기증식 체제들을 만드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vii) 오늘날처럼 이동, 통신 기술이 충분히 발전해 자기증식 체제들의 활동 범위가 더 이상 제약 받지 않는다면, 자연선택은 소수의 자기증식 체제들에 힘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카진스키, 2022, 제2장)


5. 전망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술 사회가 청년층을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살게끔 강요한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진스키가 “반기술 혁명” 제1장에서 설명한대로 인간 사회를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카진스키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역대 한국 정부들의 저출산 해결책들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카진스키가 “산업사회와 그 미래”에서 서술한 대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한국의 청년 세대는 권력 과정을 통과할 기회를 더욱 심하게 박탈당할 것이며, 그에 따르는 심리적 고통 역시 심각해질 것이며, 저출산 경향 역시 함께 심화될 것이다.

저출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제3세계 출신 외국인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체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증식 체제는 근시안적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설령 인종적, 문화적으로 한국인들과 차이점이 큰 제3세계 출신 외국인 이민자들의 대량유입이 장기적으로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한국은 외국인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카진스키의 사상적 선배, 자끄 엘륄은 이미 서구 사회가 이민자들의 침공을 받을 것을 예측한 바 있다.

합리적이지만 무분별한 기술 사회는 관계와 열정과 상상력과 기쁨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인간에게 정보처리기술의 합리성을 강요한다. 그 결과, 사회의 부적응자(不適應子)와 소외된 자의 수가 늘어난다. 특히, 엘륄은 제3세계를 희생시키면서 이루어지는 서구의 과도한 성장 경쟁이 언젠가 서구에 대항하여 되돌아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제3세계를 결속시키는 이데올로기가 없었던 한 평온했으나, 이제 이슬람이 제3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됨으로써 제3세계의 정신적인 유대를 맺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엘륄은 “우리는 선진국에 대항하여 제3세계가 이끄는 진정한 전쟁에 빠져들 텐데, 이는 핵발전소에 대한 가미가제식 공격 같은 테러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서구로의 무슬림의 이민 같은 ‘평화적 침공’을 통해 점점 드러나는 전쟁이다.”라고 하면서, 실제로 벌어질 참담한 결과를 경고한다.(이상민, 2019)

비록 위의 엘륄의 예측은 서구 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서구 사회 못지 않게 산업화되었으며 기술적으로 진보한 대한민국 역시 같은 일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진스키는 기술 체제가 인간을 돌봐주는 것은 오직 인간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돌봐주고 있으며, 인간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면 더 이상 인간을 돌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 기술광들이 자주 간과하는 것은 자기증식 체제는 장기적으로 인간 엘리트들을 포함해 인간을 돌봐주는 게 체제에 이익이 될 때에만 인간을 돌봐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더 이상 주요 자기증식 체제에 유용하지 못하다면, 엘리트든 아니든 간에 인간은 모두 제거될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인간은 단순히 쓸모있어야 하는게 아니라, 인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쓸모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비인간 대체물들보다 더 나은 비용 대비 편익을 제공해야한다. 인간을 유지하는 데는 기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는 어려운 요구사항이다. …
현재 기술적 세계-체제는 여전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잉여 인간들이 존재한다. 기술이 많은 직업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인간 지능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직업에도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경쟁의 압박 때문에 세계의 주요 자기증식 체제들은 지금도 불필요한 인간들을 어느 정도 냉혹하게 처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은퇴자, 장애인, 실업자를 비롯한 비생산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조금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미국에서는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카진스키, 2022, pp 105-106)

인간의 노동력이 본격적으로 불필요해지는 시점이 언제인지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복지 예산의 감축과 빈곤층의 증가 추세는 2022년 현재에도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서라도, 한국의 경우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붕괴와, 그에 따른 복지 체계의 붕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인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역사의 예측불가능성을 고려하면, 미래의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예측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화와 기술적 진보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기적적으로 해결되거나, 한국 사회의 기술적 진보가 중단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저출산과 기술 진보에 기반한 미래 예측은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유입된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경직성에서 극심한 차별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며, 한국 사회에 대해 원한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아직 인간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을 상당히 많이 받아들인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로 인해 이민자들이 대규모 실업 사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민자들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한국 사회의 멸시를 겪어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기술 진보로 인해 그들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으로 느낄 것이다. 한국의 반기술 활동가들은 앞으로 제3세계 출신 이민자 집단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들을 잘 포섭해서, 이들이 품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원한을 기술 체제에 돌리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7. 참고문헌

1. 박종서, 2022년 인구정책 전망과 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

2. 이상림 외, 인구변동에 따른 사회변화 전망 및 대응체계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

3.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산업사회와 그 미래, 1995.

4.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반기술 혁명, 도서출판 비공, 한아람 역, 2022.

5. 이상민, 자크 엘륄의 기술 사상과 그 사상에 대한 평가, 2019. 

6. Sean Fleming, The Unabomber and the origins of anti-tech radicalism, 2021.

댓글

  1. 전국민이 읽어야 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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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냉전과 맞물린 시대배경에 따라 미국과 일본이 77년 간 경제적,기술적,문화적,군사적으로 지원해준 결과물이죠. 그걸 빼면.. 그냥 북한이 나오는것입니다. 게다가 북쪽도 중공과 소련의 지원을 동시에 받은 결과물이죠. 결국 오리지널 "한국"은 리씨 조선 왕국이 아닐까하네요. 아무튼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서구), 그 개척과정을 모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나(일본) 타인이 그 개척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준다면 어려운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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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스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기떄문에 그 영향탓인지 " 덩치만 큰 아이 " 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문화수준이 미개한게 현실입니다. 글 전체는 동의하지만 약간 국뽕스러운게 있어서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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